*우리 반 선생님께서 내년에 학교 가면 맡고 싶은 사무분장 생각해두라고 하더군요.
저는 전산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하고 싶고, 젊은 교사가 컴퓨터 계열의 업무를 자원하면 나이드신 선생님들께서 대단히 좋아하신다고 하더군요. 다만 그게 심해지면 모든 걸 떠맡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잡일까지.
그게 안 된다면 수업연구 쪽으로도 생각중입니다.


우리 학교의 마지막 실습인 실무실습중입니다. 이번 주와 다음 주 2주간 멀고도 먼 곡성까지 매일 왕복하며 다닙니다. 학교에서 버스는 마련해 주었지요. 광주에서 개별적으로 가기에는 너무 머니까요.

그런데, 여기는 정말 시골이더군요. 곡성 군청과 곡성 교육청 근처에 있고 시설도 좋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이건 뭐 하남의 주택가 안쪽과 별반 다를 게 없을 정도입니다. 그 외에는 가도가도 농촌. 뭐, 풍경 보는 맛은 있습니다.
(경기도 하남시가 아닙니다. 광주의 지역 이름입니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간직해서 복도에 놓인 트로피가 넘칠 정도로 많고, 개중에는 30년이 넘은 것도 있어서 만지면 부서질 듯한 골동품들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학교 시설은 정말 좋습니다. 시골 학교답지 않게 깨끗하고 넓고 이런저런 장비들도 신형입니다. 바닥도 나무가 아닙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확실히 도시 아이들과 비교되더군요.
일단 까무잡잡합니다. 도시 아이들-제가 두 번 갔던 부초 아이들은 이 아이들과 비교하니 정말 하얗습니다. 그리고 4학년까지 비교하자면 곡성 아이들이 더 큽니다. 광주 아이들은 오히려 4학년까지는 작더군요. 아마도 시골 아이들이 더 뛰놀고 활동적이라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대신 급한 성장이 이루어지는 5~6학년부터는 오히려 곡성 아이들이 작습니다. 광주 아이들은 제 키를 넘는 아이들도 많은데 여기 아이들은 4학년이나 6학년이나 키차이가 별로 없더군요. 일부 큰 아이들은 있지만.


그리고 학급 게시판에 붙어있던 동시 소재를 보고도 이곳이 확실히 광주와 다름을 알겠더군요.
동시의 소재가 5일장 간 이야기, 집 앞 사과나무, 봄나물 캐러 간 이야기 등등, 그야말로 농촌 아이들의 동시입니다. 시 자체도 조금 기교를 넣고 멋지게 해보려는 도시 아이들과는 달리 그야말로 솔직담백한 동시입니다.

저는 5일장에 대해서는 알지만 직접 겪은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5일에 한 번 큰 시장이 열리고 그 때를 기대하는 심정이나 생활은 좀 직접적으로 상상하기는 어렵네요. 광주 아이들은 그보다 더하겠지만.

그리고 아이들이 정말 팔씨름 좋아하더군요. 비쩍 마르고 조그마한 아이들도 힘이 제법 셉니다. 상대하기가 어려워요. 어떤 아이는 왼손을 들이대고 '저 왼손잡이에요' 라고 해서 해 줬는데, 한 판 하고나서 오른손을 내놓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말은 오른손으로 할 때 나왔지만, 일부러 왼손으로 그렸습니다.)


여자아이였는데, 두 손 다 장난아니게 힘이 장사였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양손잡이라 했어야지!



특히나 여기 아이들은 교생을 올해 처음 접하니까 정말 우리를 좋아해주더군요. 아이들은 우리를 거의 놀이 상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만, 아이들이 반갑게 대해주고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실무실습이라 이 아이들을 볼 기회가 기껏해야 2교시 후 30분 간의 중간놀이 시간밖에 없습니다. 실무실습은 전 과정이 실무 강의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교생들이 시청각실에 거의 갇혀 살거든요.
실습은 애들 보는 맛이 절반인데 애들을 못 보니까 많이 지루합니다.



또, 이 아이들이 부초 아이들보다도 훨씬 예의가 바릅니다. 인사도 딱 공수 자세로 인사하고, 자기 반 교생이 아니면 멀뚱멀뚱 쳐다만 보던 광주부초 아이들에 비해 곡성중앙의 아이들은 모르는 교생 얼굴만 봐도 인사를 깍듯이 하더군요. 귀여워요.

그리고 부초 아이들은 '선생님 나이 몇이에요?' 라거나 '선생님 몇 살이에요?' 라는 등 하루 종일 도덕과 국어 시간만 가르치고 싶은 말투로 말합니다만, 여기 아이들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말이 맞지요.
어른에게는 '연세' 라고 해야지요.

하지만 제가 저 말을 직접 들으니 상당히 기분이 묘하더군요.
2009/06/24 21:43 2009/06/2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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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케이루스 2009/06/24 2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헐;; 연세라니 ㄷㄷㄷ
    애들 되게 귀엽겠네요~

  2. ∑Maverick 2009/06/25 0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춘추가 어떻게 되세요....?
    ㅋㅋㅋㅋㅋㅋ

  3. 라인슬링 2009/06/25 17: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애들 귀엽겠어요 'ㅅ'

    그나저나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요? (농담)ㅋㅅㅋ

    • 메이아이 2009/06/26 1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도시 아이들같은 애교는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귀엽습니다.

  4. 소금이 2009/06/25 23: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세라... 어렸을 땐 몰랐는데, 요즘엔 정말 듣기 싫어지는 말이죠. ㅇㅇ; 다행히 제 주변엔 그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

  5. ZELI 2009/06/28 14: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어린 아이들은 배운데로 써먹는군요
    ㅋㅋ

    • 메이아이 2009/06/28 2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배운대로 쓰니 귀엽기는 한데, 제가 저걸 듣고 난감한 처지일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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