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일본 갑니다. 이제는 잠도 안 올 정도에요~


4일째는 5/15일, 이 날은 스승의 날이었기 때문에 차 안에서 스승의 노래도 부른다거나, 우리 과가 모처럼 칭찬도 듣는다거나 하는 사소한 일도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그 때 사 드린 라텍스 베개 잘 쓰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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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째 5. 15(木)

불행만 한 단체에 모이지는 않는다.
내 불운을 상쇄할 만한 강운을 가진 사람이 있었으니까.
다만 분배가 너무 불공평한 것이 아닌가 싶었을 뿐.


이 날은 마지막날이라는 점에 갈 곳이 한 곳밖에 없는 이유가 붙어서, 점심 먹고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느긋하게 자고, 느긋하게 수영하는 애들 구경, 느긋하게 산책, 빈둥거리기...
호텔에서 제대로 뒹굴뒹굴 굴러 본 아침이었다.

전날 밤에 스토커 소동이 벌어진 것 때문에 약간 주변이 요란했을 뿐이었다.
역시 태국 사람들, 여자건 남자건 집착이 무진장 강하다는 가이드의 말이 맞는 모양인가보다. 덕분에 죄없는 유럽 관광객에게 같은 과 동기라는 것 외에는 잘못없는 우리 방 아이들이 혼났다고도 하는데.


불교 국가에서 사원을 찾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핵심을 제대로 빼먹고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날 간 곳은 왓찰롱 사원이었다. 대단히 우리나라나 일본의 절에 비하면 대단히 화려한 사원이었다.






이곳은 불상에 절할 때 향과 함께 금박을 나누어 주었다. 금박 두 장을 붙이라는 뜻인데, 국교(國敎)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향도 많은데 금을 매 번 오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려면 그 양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후에 제비를 뽑았다.
...한자만 대충 맞춰보아도 이건 대흉(大凶)이다. 기요미즈데라의 오미쿠지마냥 말길(末吉)이라도 나와주면 좀 좋아. 안 좋은 일만 한가득 적어져 있었다.
물론 이건 신의 제비다! 라고 감탄할 정도로 잘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이거라면 우리 여행은 안전하겠지. 거기에 나무에 걸어두면 끝! 이런 제비는 어차피 좋은 것만 뽑아내라고 있는 것이다. 나처럼 안 좋은 사람은 그냥 액막이로 나무에 던져버리면 끝이다.

...하지만 정말 뽑는 것마다 잘 해야 중간인 것은 대단히 슬프다.


그 이후에는 정말, 면세점 둘러보기였다.
첫 번째로 간 곳에서 적당히 선물용 열쇠고리 다량입수, 향비누 몇 개에,
두 번째로 간 주석 제품 면세점에서 부모님용 소주잔 두 개,
세 번째로 간 라텍스 제품 면세점에서 교수님 선물로 베개 4개, 이건 모두 돈을 모아서 산 것이다.

물건 살 곳이 정말 없었기 때문에 한꺼번에 쇼핑하도록 시간을 내어 준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하루 종일 보낼 수 있는 마지막날 한 것이 고작 가게 둘러보기라니, 아쉽기 그지없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간 한인 가게는 괜찮았다. 말린 과일이 제법 맛있었다. 특히 코코넛이 인기가 많아서, 나도 그랬지만 우리 과 대다수가 가게를 나올 때 손에 말린 코코넛을 한 세트씩 들고 나왔다. 무엇보다 말이 통하는게 그리 반가울 수 없었다.

저녁은 삼겹살이었다. 나도 나름대로 동생과 둘이 고기를 구워먹기도 하기 때문에 고기굽기에는 자신이 있지만, 그래도 남녀가 같이 앉으면 굽는 것은 아무래도 남자의 몫. 모처럼 받아먹었다. 거기에 우리 테이블만 소주병 옆에 음료수가 같이 있었다. 내가 술을 안 마시니까.
입학 초에는 그렇게들 술을 마시라고 권유하더니, 3학년쯤 되니까 다들 내버려둔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관광 가이드가 칭찬했다. 많은 대학생을 상대했는데 이렇게 말 잘 듣는 학교는 처음이더라고.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되지만, 칭찬 한 번 들은 적 없는 우리 과, 그 말에 대한 반응을 어찌할까 난감했다. 그러고보니 3학년 들어 참 오랜만에, 아니면 처음일지도 모르는 칭찬이다.
우리 과는 학교에서 내 준 설문조사에 '우리 과는 수업분위기가 좋다' 에 단체로 '아니오'를 적어낼 정도였으니까.
(어느 오라버니의 명대사 '야~! 17번 다들 1번이다!'  -1번이 '가장 아니다'.)


공항에는 말도 안 되게 일찍 도착했다. 12시 비행기를 위해 밤 9시에 도착해버렸다. 항공사 창구는 열리지도 않았고, 공항이 넓거나 가게나 많으면 또 모를까, 하는 일 없이 사진이나 찍으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기내식은 하필 아침이 아닌 야식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저녁 먹은지 얼마 안 됐고, 거기에 너무나도 졸렸기에 그냥 받지 않고 자버렸다. 후에 듣기를 여전히 맛이 없었다고 하니 안 먹어도 상관없었던 모양이다.
도착은 새벽 8시. 시차가 있으므로 여섯 시간 걸리는 것이다. 비행기에서 여섯 시간을 자느니 야간열차에서 여섯 시간 자는 것이 훨씬 낫겠다고 생각하였다. 다만 몸이 피곤하니 문제 없이 잠들 수 있었지만.


돌아오는 길은 순조로웠다.
버스에서 본 영화도 재미있었고,
더이상 덥지 않은 날씨도 고마웠다.
버스 아저씨가 '교대'를 '조대(조선대)'로 알아들어서 잠시 길을 돈 것마저도.
2008/08/01 14:28 2008/08/0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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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verick 2008/08/01 1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어엉… 일본 가시는군요 ㅜ_ㅠ 부럽습니다... 흐흑
    다음에 저도 꼭!!! 들고가주세요...

  2. 아키하 2008/08/01 21: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호우호..역시 해외여행은 부러워요 +_+;

  3. foxer 2008/08/02 0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상만 아니면 절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드네요. 완전 홀대받는 우리나라 비하면 저기는 불교의 천국수준이군요ㅎㅎ
    그리고 일본 잘 다녀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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