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빙화(魯氷花)

일상 2007/09/12 20:32
오늘 미술 시간에 본 영화입니다.
찾아보니 무려 89년에 나온 대만 영화로군요. 중국어과 출신인 동창이 '사투리 있는 것 같다'더니...

그 전 시간에 배웠습니다.
'아이들의 그림은 고정관념을 갖지 말고 보라'
고 말이죠.
오히려 잘 그린 그림은 카메라가 아닌, 감정이 실린, 솔직한 그림이라고 말이죠.

그 대비가 아주 인상적이었던 영화가 로빙화였습니다.


강을 건너야 학교에도 병원에도 갈 수 있는 외딴 산골에 사는 주인공 가족.
무지하게 가난합니다.
이장에게 빌린 빚도, 아이의 수술을 포기하면서 갚아야 하는 아주아주 가난한 집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도시 출신의 미술 선생이 들어옵니다.
미술 선생은 주인공의 미술 재능을 알아보고 계속 키워주려고 하지만, 부잣집 도련님인 이장 아들을 주변 교사들이 떠받들어줍니다. 설상가상으로 주인공은 사고뭉치입니다.

그림 스타일은, 주인공은 아이답게 순수한 감정을 담은 그림이고,
이장 아들은 그야말로 카메라입니다.

이장에게 아부하는 교사들 때문에 주인공은 전국대회 대표에서 탈락하고, 실망한 주인공은 그림 안 그린다면서 크레파스를 강에 내던집니다. 그리고 이장 아들은 2위의 성적을 내고 돌아오고, 이장 쪽 교사들은 기고만장해집니다.

미술 선생은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마을을 떠나는데, 마지막으로 맘에 들었던 그림에 아이의 사인을 받아갑니다. 그 그림은 차벌레가 찻잎을 먹는 그림이었습니다.
차벌레 때문에 농사가 잘 안되어서 아버지와 누나가 고생하는 것을 봤으니까요.

주인공은 가장 그리고 싶었던 산 풍경을 그린 채 지병이었던 간이 악화되어 죽어버리고,
수 일 후, 누나에게 기자들이 찾아옵니다.
마을을 떠난 미술 선생이 외국의 어느 그림 대회에 출품했던 그림이 대상을 탄 것이지요.
누나는 시상식에서 '미술 선생님만 알아준 그림을 모두가 무시했다'면서 울었습니다.


이 아이 그림은 어떤 것이나 인상적이었는데, 모두가 감탄한 그림은 이것이었습니다.

주인공 남매의 부친이 낮에 일을 하다가 일사병으로 쓰러집니다.
다음 날, 주인공은 파란색 해를 그렸습니다.
미술 선생이 이유를 묻자 이 아이는,

'그래야 아빠가 안 쓰러지지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아직 상식에 구애받지 않는 아이들은, 보이는 대로 믿고 보이는 대로 그린다고 합니다.
산을 빨갛게 그렸다면, 그것은 아이들에게 있어 저녁의 산을 뜻하는 것이고,
영화에 나온 것처럼 강아지를 빨갛게 그린 것도 저녁노을로 붉게 물든 강아지였던 것이죠.
2007/09/12 20:32 2007/09/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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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케이루스 2007/09/13 14: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애들은 순수한게 보기도 좋고.. 또 그렇기 때문에 애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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