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마 제국은 476년, 야만족 대장 오도아케르에 의해 멸망했다.-

이게 이런저런 역사책에서 한두줄 정도로 묘사된 로마 제국의 멸망입니다. 이과인 아이는 세계사는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단순하게 '망해가던 나라가 큰 침공을 받고 망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14권 '그리스도의 승리'를 읽은 후에도 저렇게 생각했습니다.

로마 멸망 후에 그 자리를 메꾼 다양한 이름의 왕국들도 '저게 언제 생겼지'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게 476년 이전부터 형태를 갖춰가던 '야만족' 왕국들일줄은 몰랐지요.
유스티니아누스 대제는 로마 멸망 후 오랜 세월(약 100년이라도...) 후에 등장한, 서로마와는 관계없는 황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천년 제국 로마의 결말이, 고작 오도아케르가 어린 황제를 폐위하고 그 자리에 아무 황제도 두지 않은 채, 서로마 제국을 '서로마 황제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단지 '야만족 왕이 지배하는 나라'로 지배자만 바꿔버려서 망해버린, 그렇게 허망한 결말일줄은 몰랐지요.

시간에 따른 동로마 제국의 영역표를 보니, 동로마 제국도 서로마 멸망 후 아랍에 시달리고 투르크에 이리저리 치이다가 콘스탄티노플 공략으로 완전히 무너져버린 것 같더군요.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이것입니다.

[타임 터널이라도 빠져나가 서기 476년 가을의 로마로 돌아가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면 어떨까. 로마 제국이 멸망했는데 소감이 어떠냐고 물으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어떤 사람은 의아한 얼굴로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멸망했다고요? 언제요?"
어떤 사람은 빈정거리는 웃음을 띠고 대답할 지도 모른다.
"아니, 로마 제국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었습니까?"]


'교황의 역사'라는 책을 보면, 베드로부터 초대 교황으로 인정하고, '교황'으로 불리기 전의 로마 주교들도 여전히 교황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15권에는 처음으로 '교황'으로 불린 로마 주교, 레오 1세가 등장하더군요. 작가가 일본인이라서 그런지 그리 레오 1세를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교황의 역사에서는 레오 1세를 '로마 교황의 권위를 살린 교황'으로 칭찬하고 있습니다. 15권에서 나온 것처럼, '교황으로 불리기 시작한' 교황이기 때문이겠지요.
교황이면 아마 주교에서 세 단계 위인 것 같은데, 야만족과 담판 지은 것으로 세 단계나 격상되다니,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군요.


15권으로 천년 제국 로마의 멸망까지 봤으니, 이제 다시 1권부터 순서대로 읽어봐야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1~14권은 네 번, 15권은 두 번째 보는 게 되겠군요. 하지만 몇 번째 봐도 감상은 시대마다 다릅니다.
담담하게 글로만 적어져있을 뿐인데, 어째서 로마 제정 초기에서 오현제 시대까지는 밝고 날아갈 것 같으면서도 13권 이후로는 축 처진, 망해가는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것일까요.
2007/03/22 21:58 2007/03/2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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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케이루스 2007/03/23 08: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게 책의 묘미 아닐까요 (...);

  2. 아인 2007/03/23 1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재밌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두께가 장난 아니더군요 가격도 그렇고 ㄱ-

    엄두가 안나는 중; 도서관에 신청해볼까나...;;

  3. 라브에 2007/03/23 19: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옛날부터 읽는다 읽는다 해놓곤 실행으로 못 옮기는 중이네요;
    더 나이먹기 전에 읽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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