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보드도 바꿨겠다, 이제 느긋하게 다시 재작성입니다.
3일째인 이 날은 오로지 먹기 위한 날이었습니다. 점심과 저녁 메뉴를 유일하게 정해두었고, 둘 다 맛있었으니까요~★
따로 정해둔 거창한 일정보다 오로지 점심과 저녁만 기대했던 날이라는 것입니다.
============================================================================
2007. 1. 14(일요일. 3일째)
3일째의 아침 역시 우에노역에서의 우동으로 때웠다. 한국에서는 고춧가루도 싫어서 안 뿌리는 주제에 일본에서는 정말 못 먹을 정도로 맵게 많이 뿌려버렸다.
정확히는 답답한 게 풀릴 때까지 부어버렸다고 해야 답일 것이다.
그 결과, 시원하게 매콤한 것을 먹을 수 있었다.
앞의 서점에 들러서 코난 56권 GET! 신간 코너에 당당하게 쌓여 있었기에 찾기도 쉬웠다. 역의 서점이라도 절반이 만화책인 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우에노역에서 이번에는 도쿄까지 갔다. 아아, 여전히 아키하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 그에 비해 도쿄역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내리지도 타지도 않았다. 넓은 도쿄역에서, 어제 들은대로 마루노우치 북쪽 출구로 나갔다.
그런데, 그곳에 있던 곳은 다른 마루노우치의 건물로, 우리가 바란 마루비루(마루노우치 빌딩)에 가려면 남쪽 출구로 갔어야 했다.
어찌어찌 약도를 보면서 마루노우치 빌딩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아, 정말 일본은 늦게 열고 일찍 끝내는 나라라더니 정말 개장 시간 10시에는 질려버리게 생겼다.
우에노역의 가게들도 대부분 10시 11시에 열었는데, 그러면 아침 정식 세트같은 것은 없는 것인가?
그러고보니, 일본에서는 아침밥 때문에 도시락 가게가 인기있다고 하던가...
마루노우치 빌딩에서 한참을 기다리자 펜팔인 일본인 아주머니가 오셨다. 오바타 노부코씨. 도쿄 근처의 사이타마현 사람이다.
일단 마루비루 지하의 식당가에도 문 연 곳이 없었기에 스타벅스에 갔다. 우리 나라에서도 안 간 스타벅스를 일본에서 오게 되었고, 처음으로 핫케이크를 먹어보았다.
달다~☆
그리고 이 때 스타벅스에서의 커피 맛을 조절하게 되었다.
설탕(시럽)은 둘, 우유는 하나. 우유도 쓴맛을 간신히 지울 정도로 조금만 넣기.
그리고 아무런 길 걱정 없이 우리는 노부코씨를 따라 건물의 숲 한가운데에 있는 자연공원 같은 곳으로 향했다. 그곳이 도쿄 시내 첫번째 목적지인 황거였다.
황거(皇居). 즉 황궁이다. 에도 막부 당시에 도쿠가와 가문이 살던 에도성을 나중에 황실이 그대로 이어받아 현재의 황궁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일반에 공개된 부분은 꽤 많으며, 황족은 궁 안쪽에, 경비원들이 지키는 '출입금지' 구역1에 살고 있었다.
밖에서 보면 고작 담 하나 차이인데.
최근 궁(만화, 드라마 모두)에 푹 빠진 동생은 '나라면 얼마를 줘도 저런 데서는 안 산다'고 했다. 밖에도 함부로 못 나오는 사람들이 불쌍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본인이 적응하기 나름이지만, 확실히 1~2년도 아니고 심하면 인생 전체를 화려한 감옥 속에 갇히는 것도 좋지는 않을 것이다.
멀리 도쿄 타워가 보였다. 그리 멀지도 않아보인다. 다만 JR역 근처에 있지 않다는 불편함 때문에 계획에 넣지도 않았다. 가 볼까 했는데, 전망대라면 질릴 정도로 구경했으니 어차피 상관없었다.
오테문을 따라가자 플라스틱으로 된 입원표(일종의 입장 증명표)를 받고 그대로 안에 들어갔다. 곳곳에 있는 약도를 따라 옛 초소와 정원을 보고 드디어 천수각터에 도착했다. 화재(였는지 폭격이었는지)로 타버린 후 복구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있었더라면 오사카성 천수각처럼 화려한 게 눈앞에 있었을텐데.

뒤에 보이는 돌받침이 천수각터.
천수각터의 앞에는 커다란 잔디공원이 있었다. 대번에 돗자리 깔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거기에... 취사가 가능하다면 고기도~☆
공원을 횡단한 후에 다시 길을 따라 오테문으로 나왔다. 아까 받은 입원표는 그대로 출입구의 사람들에게 내주었다. 그리고 황거의 바깥 벽, 소토보리(바깥쪽 해자)를 따라 황거의 정문으로 들어가서 니주바시를 향했다. 정문에서 출입금지 구역까지는 넓은 공원처럼 되어 있었다.
(우치보리-안쪽 해자- 역시 있었으나 어느 쪽에 있었는지는 기억이 애매하다)
니주바시. 2중 다리라는 이름에 맞게 원래는 다리가 위에 하나, 아래에 하나 있었다고 한다. 니주바시 주변은 출입금지로, 사람들은 멀리서만 구경할 수 있다.
약 100년 전에 니주바시의 밑부분 다리를 없애버렸다고 한다. 이유는,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들리는 말만 조합해 보니 올라가기가 불편해서 그랬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라진 밑의 다리는 윗다리 밑의 네모난 나무판자처럼 보이는 부분에 흔적이 남아있다.

니주바시를 보고 길을 따라 히비야 공원을 향했다. 히비야 공원은 흔히 생각한 넓은 공원이라기보다는 나무 많고 중간에 분수 있고 거기에 맞춰 벤치 몇 개 있고 호수 있는 공원이었다. 호수가 개구리 모양으로 보인다는데, 도대체 어떤 각도로 봐야 그렇게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놀라운 것은, 공원 설명에 점자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나중에 교토에 가게 되면 장애인을 최우선으로 한 버스도 몇 대 보게 된다.
꽤나 충격이었다. 밖에 별로 나간 적이 없어서, 우리 나라 안에서 내가 이런 것을 별로 못 본 것인지, 아니면 일본이 더 장애인 배려도가 높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해도 공원인데, 공원 안내도에 점자를 친절히 새겨준 것은 정말 충격이었다.
그렇게 히비야 공원에서 잠깐 앉았다가 길 건너 긴자 거리로 들어섰다.
목적은 하나. 스위트 파라다이스에서의 점심!
미리 그려둔 약도에 따라 스위트 파라다이스를 찾아갔다. 가게의 정식 명칭인 '스위트 파라다이스 90min'처럼, 입장료 약 1500엔을 내고 90분 동안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거기에 우리 셋 중 한 명의 입장번호에 90이 포함되는 바람에 한명이 1일 무료티켓을 받았다. 날짜는 4월까지. 우리가 올해 안으로 다시 일본에 올 일이 없기 때문에 노부코씨에게 넘겨버렸다.
(입장 번호는 순서대로 89, 90, 91이었으니, 90에 당첨된 사람은 아마 나나 내 동생 둘 중의 한명이었을 것이다)
동생이 일본 오기 전부터 기대했던 스위트 파라다이스는 케이크나 푸딩 등의 달콤한 과자와 파스타, 카레 등 서양 디저트의 뷔페였다. 이날이 일본에서 유일하게 카레를 먹은 날이다. 다만 밥과 카레를 약 1 : 1로 섞어서 먹는 우리와는 달리, 일본인은 거의 1 : 1.5 이상으로 카레를 많이 담았다.
거기에 일본에서는 카레와 밥을 섞어 먹냐고 물었더니,
'어릴 때는 섞어먹지만 조금 크면 안 그런다'고 대답했다.
뭐, 나는 한국인이니 거기에 거리낄 거 없이 마음껏 익숙한대로 먹어버렸다.
맛있었다.
그렇게 90분을 다 채우고 재충전 완료한 우리는 긴자 거리로 나왔다. 스위트 파라다이스에서 한 블록 정도 가면 보이는 와코 백화점의 시계탑을 보고, 그 건너편에 있던 보석 박물관에 갔다.
시계탑은 가까이에서 보면 절대 못알아볼 정도였다. 와코 백화점 건물의 중앙이 아니라 한 쪽 모서리에서 솟아있었기 때문이다.

보석 박물관은 익산의 보석 박물관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다른 점이라고는 당시에 보석 세공전시회 입상작 사이에 놓여 있던 영국 왕실의 왕관과 왕홀이 긴자의 보석 박물관에서는 마지막 부분에 특별히 장식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진품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저런 화려한 보석으로 가득한 왕관을 쓰면 무겁지 않을까...
보석 박물관에서 나왔다. 그리고 지하철 히비야선을 타고 하라주쿠까지 가게 되는 바람에 지하철 요금을 내게 되었다. 차마 그 곳에서 JR 정거장까지 걷자는 말은 하기 싫었다. 이미 다리에 부담이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모테산도 역에서 내린 후에 하라주쿠 거리를 걸었다. 사람이 아주 많아서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중간에 한 전자제품점에 들어가서 닌텐도 DS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다가 결국 리프그린 팩을 사는 것으로 만족했다.
(남겨간 돈은 5만엔. 어째서 다 쓰지 않았냐는 소리를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두 개 사버렸을걸)
그 뒤로도 동생은 이곳저곳에서 지나치게 닌텐도 DS를 보는 바람에, 여행 후 아쉬움을 줄일 때까지 며칠이 걸렸다.
다케시타 거리에 있는 북오프에서 자드 15주년 베스트를 산 다음 100엔샵에 갔다. 아아, 1000원샵과는 게임이 안 되는구나~
친구와 함께 가 봤던 1000원샵에서는 마트의 욕실용품에나 있을 듯한 것들만 가득했다. 즉 조금 '실용적인 것'은 전혀 없었다. 거기에 조금 괜찮아 보이는 것들은 전부 요금이 따로 정해져 있어서, '1000원샵 별거 없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100엔샵은 식품, 학용품 등등등... 다양했다. 애들 선물은 여기에서 다 끝내도 될 정도로. 그리고 아무리 봐도 100엔같지 않아보이는 것들이 버젓이 진열되어 있었다. 추가요금은 없었다. 100엔샵 안에도 '이 곳의 모든 상품은 100엔입니다'라고 적어져 있었다.
그래도... 50개는 들어있을 듯한 칼라클립 세트와 48색 색연필이 100엔이라는 건 심하잖아~!
그리고 일본의 100엔샵은, 그 '100엔'이라는 가격 때문에 은근히 과소비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하나하나의 가격이 싸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그게 한꺼번에 모여 10개 이상이 되면... 소비세까지 포함해서 꽤나 큰 돈이 나오게 될텐데.
거기에 정확히는 100엔이 아니라, 소비세 5%를 붙인 105엔이다.
선물까지 사 버릴 대로 산 우리는 봉투에 산 것을 가득 담고 메이지 신궁으로 향했다.
아슬아슬. 메이지 신궁의 폐관 시간은 6시였는데 간신히 세이프~ 그렇게 신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계속, 뒤에 잔뜩 몰려 있던 코스프레 차림의 사람들이 신경쓰였다. 물론 메이지 신궁쪽으로 나오자 코스프레 옷가게도 가득 있었고, 그런 차림의 사람들도 많았지만, 유독 신사 앞에 몰려있는게 신경쓰였다.
고딕메이드 옷도 예쁘구나~ 입어보고싶다~

신사 본전으로 가는 길에는 다양한 얼음 조각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다 신기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것들이지만, 일부 조각들은 아예 부서져 있는 것도 있어서 아까웠다. 원본, 궁금한데.

도쿄의 메이지 신궁과 교토의 헤이안 신궁을 비교하자면, 헤이안 신궁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만큼 메이지 신궁은 다른 신사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궁내청에서 직접 관리하고, 무녀들도 아마 궁내청의 공무원일것이라 예상되는 곳이라는데, 생각보다 많이 초라했다. 뭐, 하라주쿠라는 번화가 옆에도 신사가 떡하니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신기했지만.
정말로 내가 짠 계획을 철저하게 믿어주시는 가이드의 덕택에 시부야의 이치란 라면까지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라주쿠에서 시부야역까지는 한 정거장. 거기에 하치코(公) 출구로 나와서 하치코 동상을 보았다. 인상적이어서 그런지 여기가 일명 '만남의 장소' 비슷한 곳이라고 한다.
미리 그려둔 약도에 따라 Q-FRONT를 찾아 쭉 갔다. 분명히 그곳에 큼지막하게 데스노트의 미사 일러스트가 붙어있었고, 그와 맞먹는 크기의 광고판에는 블리치 곡들 앨범 CM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지하철에서 매일같이 보던, 만화책 끼고 살던 어른들 못지 않게 컬처쇼크였다.
[이곳에서의 대기시간 : 15분]
거기에 고등학교 면학실을 연상하게 하는 1인 테이블 구조로, 빈 자리가 있으면 먼저 들어가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팀이 있으면 자리가 연속으로 몇 개 빌 때까지 뒤의 솔로들에게 자리를 내주면 된다지만, 귀찮아서 나는 동생을 먼저 올려보냈다.
식권은 라면 1그릇에 750엔. 메뉴는 하나. 단 면의 굵기, 고기 투입 여부, 매운맛 조절(자기네들은 '비전의 양념'이라고 하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건더기 조절, 맛의 농도 등등...을 미리 준비된 주문 용지에 체크하고 식탁에 들어가서 내주는 것이다.
거기에 달걀이나 사리 한 그릇의 경우 추가 식권을 미리 빼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단 주문 용지에 체크된 것들은 나중에 따로 주문해도 추가요금이 없다.

이렇게 1인석이다.

라면맛은 상당했다. 국물을 제일 먼저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담백한 고기국물맛이 최고! 한국인 특유로 적당히 맵게 조절. 건더기 제로, 나머지는 중간으로 체크한 결과는 나중에 오사카와 교토에서 이치란 라면 지점을 따로 찾아볼 정도의 맛이었다.
면은 소면으로 된 국수를 먹는 것과 비슷했다. 즉, 라면같다는 느낌이 아니라 단지 돼지고기 국물의 국수를 먹는 느낌이었다. 맛있었다~~~☆
여동생의 경우에는 아주 맛있어서 그릇을 말 그대로 다 비웠다고 한다.
시부야선에서 야마노테선 소토마와리로 우에노까지 가서 갈아타기로 했다. 중간에 노부코씨는 자기 집으로 가기 위해 먼저 내리고, 우리는 따뜻한 전철 의자에 앉아 방송에서 '우에노'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큐브를 가지고 놀았다.
예상외의 무리를 해서 그런지 정말로 호텔까지 걸어가는 게 싫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돌아가서 15일의 디즈니랜드 행사를 체크하고, 디즈니랜드 지도와 내가 프린트한 약도를 비교했다.
포켓몬스터 리프그린 팩의 경우에는 본체는 동생이 몰래 보관하고, 박스는 분해해서 따로 보관했다. 코난 56권은 집에서 느긋하게 봐야지, 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훑어보고, 추운 2층 세면실까지 내려가 씻은 후에 따뜻한 이불 안에 들어가버렸다.
...들어간 건 빨랐는데 수면 시간은 언제나 같았다...
3일째인 이 날은 오로지 먹기 위한 날이었습니다. 점심과 저녁 메뉴를 유일하게 정해두었고, 둘 다 맛있었으니까요~★
따로 정해둔 거창한 일정보다 오로지 점심과 저녁만 기대했던 날이라는 것입니다.
============================================================================
2007. 1. 14(일요일. 3일째)
3일째의 아침 역시 우에노역에서의 우동으로 때웠다. 한국에서는 고춧가루도 싫어서 안 뿌리는 주제에 일본에서는 정말 못 먹을 정도로 맵게 많이 뿌려버렸다.
정확히는 답답한 게 풀릴 때까지 부어버렸다고 해야 답일 것이다.
그 결과, 시원하게 매콤한 것을 먹을 수 있었다.
앞의 서점에 들러서 코난 56권 GET! 신간 코너에 당당하게 쌓여 있었기에 찾기도 쉬웠다. 역의 서점이라도 절반이 만화책인 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우에노역에서 이번에는 도쿄까지 갔다. 아아, 여전히 아키하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 그에 비해 도쿄역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내리지도 타지도 않았다. 넓은 도쿄역에서, 어제 들은대로 마루노우치 북쪽 출구로 나갔다.
그런데, 그곳에 있던 곳은 다른 마루노우치의 건물로, 우리가 바란 마루비루(마루노우치 빌딩)에 가려면 남쪽 출구로 갔어야 했다.
어찌어찌 약도를 보면서 마루노우치 빌딩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아, 정말 일본은 늦게 열고 일찍 끝내는 나라라더니 정말 개장 시간 10시에는 질려버리게 생겼다.
우에노역의 가게들도 대부분 10시 11시에 열었는데, 그러면 아침 정식 세트같은 것은 없는 것인가?
그러고보니, 일본에서는 아침밥 때문에 도시락 가게가 인기있다고 하던가...
마루노우치 빌딩에서 한참을 기다리자 펜팔인 일본인 아주머니가 오셨다. 오바타 노부코씨. 도쿄 근처의 사이타마현 사람이다.
일단 마루비루 지하의 식당가에도 문 연 곳이 없었기에 스타벅스에 갔다. 우리 나라에서도 안 간 스타벅스를 일본에서 오게 되었고, 처음으로 핫케이크를 먹어보았다.
달다~☆
그리고 이 때 스타벅스에서의 커피 맛을 조절하게 되었다.
설탕(시럽)은 둘, 우유는 하나. 우유도 쓴맛을 간신히 지울 정도로 조금만 넣기.
그리고 아무런 길 걱정 없이 우리는 노부코씨를 따라 건물의 숲 한가운데에 있는 자연공원 같은 곳으로 향했다. 그곳이 도쿄 시내 첫번째 목적지인 황거였다.
황거(皇居). 즉 황궁이다. 에도 막부 당시에 도쿠가와 가문이 살던 에도성을 나중에 황실이 그대로 이어받아 현재의 황궁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일반에 공개된 부분은 꽤 많으며, 황족은 궁 안쪽에, 경비원들이 지키는 '출입금지' 구역1에 살고 있었다.
밖에서 보면 고작 담 하나 차이인데.
최근 궁(만화, 드라마 모두)에 푹 빠진 동생은 '나라면 얼마를 줘도 저런 데서는 안 산다'고 했다. 밖에도 함부로 못 나오는 사람들이 불쌍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본인이 적응하기 나름이지만, 확실히 1~2년도 아니고 심하면 인생 전체를 화려한 감옥 속에 갇히는 것도 좋지는 않을 것이다.
멀리 도쿄 타워가 보였다. 그리 멀지도 않아보인다. 다만 JR역 근처에 있지 않다는 불편함 때문에 계획에 넣지도 않았다. 가 볼까 했는데, 전망대라면 질릴 정도로 구경했으니 어차피 상관없었다.
오테문을 따라가자 플라스틱으로 된 입원표(일종의 입장 증명표)를 받고 그대로 안에 들어갔다. 곳곳에 있는 약도를 따라 옛 초소와 정원을 보고 드디어 천수각터에 도착했다. 화재(였는지 폭격이었는지)로 타버린 후 복구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있었더라면 오사카성 천수각처럼 화려한 게 눈앞에 있었을텐데.
뒤에 보이는 돌받침이 천수각터.
천수각터의 앞에는 커다란 잔디공원이 있었다. 대번에 돗자리 깔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거기에... 취사가 가능하다면 고기도~☆
공원을 횡단한 후에 다시 길을 따라 오테문으로 나왔다. 아까 받은 입원표는 그대로 출입구의 사람들에게 내주었다. 그리고 황거의 바깥 벽, 소토보리(바깥쪽 해자)를 따라 황거의 정문으로 들어가서 니주바시를 향했다. 정문에서 출입금지 구역까지는 넓은 공원처럼 되어 있었다.
(우치보리-안쪽 해자- 역시 있었으나 어느 쪽에 있었는지는 기억이 애매하다)
니주바시. 2중 다리라는 이름에 맞게 원래는 다리가 위에 하나, 아래에 하나 있었다고 한다. 니주바시 주변은 출입금지로, 사람들은 멀리서만 구경할 수 있다.
약 100년 전에 니주바시의 밑부분 다리를 없애버렸다고 한다. 이유는,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들리는 말만 조합해 보니 올라가기가 불편해서 그랬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라진 밑의 다리는 윗다리 밑의 네모난 나무판자처럼 보이는 부분에 흔적이 남아있다.
니주바시를 보고 길을 따라 히비야 공원을 향했다. 히비야 공원은 흔히 생각한 넓은 공원이라기보다는 나무 많고 중간에 분수 있고 거기에 맞춰 벤치 몇 개 있고 호수 있는 공원이었다. 호수가 개구리 모양으로 보인다는데, 도대체 어떤 각도로 봐야 그렇게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놀라운 것은, 공원 설명에 점자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나중에 교토에 가게 되면 장애인을 최우선으로 한 버스도 몇 대 보게 된다.
꽤나 충격이었다. 밖에 별로 나간 적이 없어서, 우리 나라 안에서 내가 이런 것을 별로 못 본 것인지, 아니면 일본이 더 장애인 배려도가 높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해도 공원인데, 공원 안내도에 점자를 친절히 새겨준 것은 정말 충격이었다.
그렇게 히비야 공원에서 잠깐 앉았다가 길 건너 긴자 거리로 들어섰다.
목적은 하나. 스위트 파라다이스에서의 점심!
미리 그려둔 약도에 따라 스위트 파라다이스를 찾아갔다. 가게의 정식 명칭인 '스위트 파라다이스 90min'처럼, 입장료 약 1500엔을 내고 90분 동안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거기에 우리 셋 중 한 명의 입장번호에 90이 포함되는 바람에 한명이 1일 무료티켓을 받았다. 날짜는 4월까지. 우리가 올해 안으로 다시 일본에 올 일이 없기 때문에 노부코씨에게 넘겨버렸다.
(입장 번호는 순서대로 89, 90, 91이었으니, 90에 당첨된 사람은 아마 나나 내 동생 둘 중의 한명이었을 것이다)
동생이 일본 오기 전부터 기대했던 스위트 파라다이스는 케이크나 푸딩 등의 달콤한 과자와 파스타, 카레 등 서양 디저트의 뷔페였다. 이날이 일본에서 유일하게 카레를 먹은 날이다. 다만 밥과 카레를 약 1 : 1로 섞어서 먹는 우리와는 달리, 일본인은 거의 1 : 1.5 이상으로 카레를 많이 담았다.
거기에 일본에서는 카레와 밥을 섞어 먹냐고 물었더니,
'어릴 때는 섞어먹지만 조금 크면 안 그런다'고 대답했다.
뭐, 나는 한국인이니 거기에 거리낄 거 없이 마음껏 익숙한대로 먹어버렸다.
맛있었다.
그렇게 90분을 다 채우고 재충전 완료한 우리는 긴자 거리로 나왔다. 스위트 파라다이스에서 한 블록 정도 가면 보이는 와코 백화점의 시계탑을 보고, 그 건너편에 있던 보석 박물관에 갔다.
시계탑은 가까이에서 보면 절대 못알아볼 정도였다. 와코 백화점 건물의 중앙이 아니라 한 쪽 모서리에서 솟아있었기 때문이다.
보석 박물관은 익산의 보석 박물관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다른 점이라고는 당시에 보석 세공전시회 입상작 사이에 놓여 있던 영국 왕실의 왕관과 왕홀이 긴자의 보석 박물관에서는 마지막 부분에 특별히 장식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진품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저런 화려한 보석으로 가득한 왕관을 쓰면 무겁지 않을까...
보석 박물관에서 나왔다. 그리고 지하철 히비야선을 타고 하라주쿠까지 가게 되는 바람에 지하철 요금을 내게 되었다. 차마 그 곳에서 JR 정거장까지 걷자는 말은 하기 싫었다. 이미 다리에 부담이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모테산도 역에서 내린 후에 하라주쿠 거리를 걸었다. 사람이 아주 많아서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중간에 한 전자제품점에 들어가서 닌텐도 DS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다가 결국 리프그린 팩을 사는 것으로 만족했다.
(남겨간 돈은 5만엔. 어째서 다 쓰지 않았냐는 소리를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두 개 사버렸을걸)
그 뒤로도 동생은 이곳저곳에서 지나치게 닌텐도 DS를 보는 바람에, 여행 후 아쉬움을 줄일 때까지 며칠이 걸렸다.
다케시타 거리에 있는 북오프에서 자드 15주년 베스트를 산 다음 100엔샵에 갔다. 아아, 1000원샵과는 게임이 안 되는구나~
친구와 함께 가 봤던 1000원샵에서는 마트의 욕실용품에나 있을 듯한 것들만 가득했다. 즉 조금 '실용적인 것'은 전혀 없었다. 거기에 조금 괜찮아 보이는 것들은 전부 요금이 따로 정해져 있어서, '1000원샵 별거 없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100엔샵은 식품, 학용품 등등등... 다양했다. 애들 선물은 여기에서 다 끝내도 될 정도로. 그리고 아무리 봐도 100엔같지 않아보이는 것들이 버젓이 진열되어 있었다. 추가요금은 없었다. 100엔샵 안에도 '이 곳의 모든 상품은 100엔입니다'라고 적어져 있었다.
그래도... 50개는 들어있을 듯한 칼라클립 세트와 48색 색연필이 100엔이라는 건 심하잖아~!
그리고 일본의 100엔샵은, 그 '100엔'이라는 가격 때문에 은근히 과소비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하나하나의 가격이 싸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그게 한꺼번에 모여 10개 이상이 되면... 소비세까지 포함해서 꽤나 큰 돈이 나오게 될텐데.
거기에 정확히는 100엔이 아니라, 소비세 5%를 붙인 105엔이다.
선물까지 사 버릴 대로 산 우리는 봉투에 산 것을 가득 담고 메이지 신궁으로 향했다.
아슬아슬. 메이지 신궁의 폐관 시간은 6시였는데 간신히 세이프~ 그렇게 신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계속, 뒤에 잔뜩 몰려 있던 코스프레 차림의 사람들이 신경쓰였다. 물론 메이지 신궁쪽으로 나오자 코스프레 옷가게도 가득 있었고, 그런 차림의 사람들도 많았지만, 유독 신사 앞에 몰려있는게 신경쓰였다.
고딕메이드 옷도 예쁘구나~ 입어보고싶다~
신사 본전으로 가는 길에는 다양한 얼음 조각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다 신기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것들이지만, 일부 조각들은 아예 부서져 있는 것도 있어서 아까웠다. 원본, 궁금한데.
도쿄의 메이지 신궁과 교토의 헤이안 신궁을 비교하자면, 헤이안 신궁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만큼 메이지 신궁은 다른 신사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궁내청에서 직접 관리하고, 무녀들도 아마 궁내청의 공무원일것이라 예상되는 곳이라는데, 생각보다 많이 초라했다. 뭐, 하라주쿠라는 번화가 옆에도 신사가 떡하니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신기했지만.
정말로 내가 짠 계획을 철저하게 믿어주시는 가이드의 덕택에 시부야의 이치란 라면까지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라주쿠에서 시부야역까지는 한 정거장. 거기에 하치코(公) 출구로 나와서 하치코 동상을 보았다. 인상적이어서 그런지 여기가 일명 '만남의 장소' 비슷한 곳이라고 한다.
미리 그려둔 약도에 따라 Q-FRONT를 찾아 쭉 갔다. 분명히 그곳에 큼지막하게 데스노트의 미사 일러스트가 붙어있었고, 그와 맞먹는 크기의 광고판에는 블리치 곡들 앨범 CM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지하철에서 매일같이 보던, 만화책 끼고 살던 어른들 못지 않게 컬처쇼크였다.
[이곳에서의 대기시간 : 15분]
거기에 고등학교 면학실을 연상하게 하는 1인 테이블 구조로, 빈 자리가 있으면 먼저 들어가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팀이 있으면 자리가 연속으로 몇 개 빌 때까지 뒤의 솔로들에게 자리를 내주면 된다지만, 귀찮아서 나는 동생을 먼저 올려보냈다.
식권은 라면 1그릇에 750엔. 메뉴는 하나. 단 면의 굵기, 고기 투입 여부, 매운맛 조절(자기네들은 '비전의 양념'이라고 하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건더기 조절, 맛의 농도 등등...을 미리 준비된 주문 용지에 체크하고 식탁에 들어가서 내주는 것이다.
거기에 달걀이나 사리 한 그릇의 경우 추가 식권을 미리 빼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단 주문 용지에 체크된 것들은 나중에 따로 주문해도 추가요금이 없다.
이렇게 1인석이다.
라면맛은 상당했다. 국물을 제일 먼저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담백한 고기국물맛이 최고! 한국인 특유로 적당히 맵게 조절. 건더기 제로, 나머지는 중간으로 체크한 결과는 나중에 오사카와 교토에서 이치란 라면 지점을 따로 찾아볼 정도의 맛이었다.
면은 소면으로 된 국수를 먹는 것과 비슷했다. 즉, 라면같다는 느낌이 아니라 단지 돼지고기 국물의 국수를 먹는 느낌이었다. 맛있었다~~~☆
여동생의 경우에는 아주 맛있어서 그릇을 말 그대로 다 비웠다고 한다.
시부야선에서 야마노테선 소토마와리로 우에노까지 가서 갈아타기로 했다. 중간에 노부코씨는 자기 집으로 가기 위해 먼저 내리고, 우리는 따뜻한 전철 의자에 앉아 방송에서 '우에노'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큐브를 가지고 놀았다.
예상외의 무리를 해서 그런지 정말로 호텔까지 걸어가는 게 싫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돌아가서 15일의 디즈니랜드 행사를 체크하고, 디즈니랜드 지도와 내가 프린트한 약도를 비교했다.
포켓몬스터 리프그린 팩의 경우에는 본체는 동생이 몰래 보관하고, 박스는 분해해서 따로 보관했다. 코난 56권은 집에서 느긋하게 봐야지, 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훑어보고, 추운 2층 세면실까지 내려가 씻은 후에 따뜻한 이불 안에 들어가버렸다.
...들어간 건 빨랐는데 수면 시간은 언제나 같았다...
- 수십년 전에는 그 '출입금지' 구역을 통해 천수각으로 갔다고 한다. 대학생 딸을 둔, 노부코씨가 수학여행 올 당시에는 그랬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 통로는 황족의 거주지로 바뀌어 출입금지가 되고, 천수각으로 가는 길은 오테문 쪽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Back]



제가 가본 나라는 일본이랑 미국밖에 없는데 그들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장애인은 정말 힘들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나저나 라면은 참 맛있어보여요. :)
외국(특히 서양)에서는 장애인들이 밖에 마음대로 다녀도 사람들이 우리처럼 거부감을 심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부럽죠.
일본의 라면이라.. 무척이나 맛이 궁금해지네요. 일본에 직접 갈수는 없고 맛집이나 돌아다니며 기분을 채워야겠습니다. ^^
에... 담백한 돼지고기 국물맛에 일반 소면 국수를 더한 것이랍니다.
헙, 일본사시는군요 ㅠ_ㅠ
저도 놀러가고싶어요~~~
아참, 메이아이님한테 바톤을 하나 날렸는데...'ㅁ'
일본 안 살아요. 보시다시피 '여행기'잖습니까.
일본라면 너무 좋아해요!!!
본고장에서 한번 먹어줘야 하는데 말이지요~
알찬 여행만큼 알찬 여행기 멋지십니다~ㅋㅋ
왕관이 아무리 무거워도 우리나라 가채만큼 무거울까요ㅡ_ㅡ
가체는 이미 논외 대상일 정도...
> 입장료 약 1500엔을 내고 90분 동안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여기가 많이 끌리는 이유는 뭔가요? ㅠ
근데 90분 지나면 쫓아내나요?ㅋ
입장했을 때 받은 표에 이미 제한시간이 적어져 있답니다.
아마도 초과하면 혹시 추가요금..?
덕분에 좋을 글과 정보 사진 모두 잘보고 갑니다. *^^*
변변치 않은 글,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아, 멋진 여행기입니다.
덧. 동생이랑 키가 같으신가요? (....);
신학년이 되면 아마 제 동생은 제 키를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