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치고는 독특하게 밤에 모여 술마시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밤늦게 버스를 타는 일이 별로 없다.
엊그제 시사회 때문에 10시 반에 버스를 탄 게 1달만이었다.
(시사회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있다)

오는 길에 여고 둘, 남고 하나를 거치게 된다.
예상했던대로 학생들이 몰려탔다.
그래도 11시에 버스를 탔을 때에 비하면 아직 학생수가 적은 편이었다.
학교 건물의 불은 밝게 켜져 있었다.

어째서일까.
그 아이들을 보면서 '이럴 때가 좋을 때다' 라고 생각하게 된 건.

수험생 시절, 나는 불만이 많았다.
그 때 갖게 된 교육 관련 기사 찾아보기는 현재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물론 현재도 소속된 학교, 그리고 정해진 미래를 생각할 때 그 쪽 뉴스를 주로 찾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우리 나라 교육 현실에 불만을 갖고 빨리 그 시기를 벗어나고 싶어했던 내가,
어째서 밤늦게 피곤한 얼굴로 버스에 올라탄 여고생들을 보며 그 시기를 그리워하는 것인가.

기껏해야 수험생 시절을 벗어난지 1년도 안 되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년도 안 되는데.
어째서 고등학교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일까.


고3때 어떤 입시 사이트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고3 시절을 그리워 하는 것은 그 시기에 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확실히 없지는 않았다.
꿈이라고 거창하게 붙이지는 않아도, 모두 그 시기가 끝나면 뭘 할까, 어떻게 되어 있을까 하면서 망상에 빠져들었다.
그게 일종의 현실 도피였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지금은 그런 희망적인 현실 도피가 없어서 그 시기를 그리워하는 것일까.

아니면, 뭐든지 자유로 풀려버린 지금과는 달리 억눌려있었던 시절이라서,
그 때 즐겼던 여유가 더 시원하게 느껴졌기 때문인 것일까.

2006/10/29 13:14 2006/10/2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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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stguard 2006/10/29 18: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일생에 필사의 노력을 했었기 때문에 그리워합니다.
    그런 노력이라면 지금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 때를 그리워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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